어려운 부부 상담...

August 18, 2017

부부 문제로 상담을 청한 여자 분이 있었다. 이 분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에 하나는 남편의 침묵이었다. 평소 때도 남편은 거의 말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무슨 일 있어서 부부간의 말다툼이라도 있고 난 다음에는 어김없이 그 남편의 침묵은 더욱 더 길어지고, 그것은 온 가족을 주눅들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간 젊었을 때는 그런대로 참고 견디었으나 나이를 먹고 또 부부간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진 이민생활 안에서도 전혀 변화가 없는 남편의 자기 중심적인 성격이 이제 고통스럽게 느껴진다는 말이었다. 

  그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정말 하기 싫고 어려운 것이었지만 자녀들을 위해서 혹은 남편의 침묵이 참을 수 없어서 항상 본인이 먼저 말을 걸어야 했고 그것이 바로 지난 결혼 생활 20여년의 모습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남편의 그런 모습을 보면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오히려 이제는 자신이 먼저 불 같은 화를 내고 만다는 것이었다. 그런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는 남편으로 인하여 이제 부부관계뿐만 아니라 가족관계가 돌이키기 힘들만큼 나빠지고 있다며 상담을 청하였다.  

  왜 이런 상황이 일어나며, 또 이렇게 오랜 기간 반복되고 지속이 되는 것일까에 대하여 그 분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존재하겠지만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사람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사람의 성격과 삶의 방식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나타내어 진다고 가장 먼저 말하고 싶다.  혹자는 남녀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라고 간단히 말하기도 하지만, 필자는 당사자들의 뚜렷한 성격의 차이가 더 가까운 원인이라고 본다. 

  사람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크게 두 가지로 문제를 풀어간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본인 안에 침잠하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타인들과 관계를 통하여 푸는 형이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전자의 성격형들은 본인과의 관계가 나빠진 사람에게뿐만 아니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 문제를 어느 누구에도 열어 놓지 못하고 스스로 소화해 내는 과정을 통하여 해결하는 이들이다. 후자의 부류는 깨어진 관계로 인하여 나빠진 자신의 기분을 풀기 위하여 문제가 되는 그 사람이나 혹은 자신을 이해해 줄 수 있는 타인들을 만나 관계 (행동과 대화)를 통하여 푸는 사람들이다. 

  이런 두 다른 성격유형을 가진 부부가 만났다면 부부 사이에 문제가 일어 났을 때 누가 먼저 대화를 시작할 것인가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내성적인 사람이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반대성격의 사람은 그 침묵이 싫고 힘들기 때문에 먼저 손을 내밀게 된다. 이런 성격유형의 사람에게는 대화를 하지 않고 각각 혼자 있다고 느끼는 것은 “죽음”을 경험하는 것처럼 힘들게 여겨질 수 있다. 그래서 본인 스스로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대의”를 위하여 “내가 잘못했다” 혹은 “마음 풀어요”와 같은 말로 대화를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 하나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그 말을 듣는 사람도 진심으로 그 문제로부터의 해방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문제의 봉합정도로 끝났을 뿐 결코 바람직하게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말을 안 하는 사람은 말할 필요가 없다. 대화를 시도하지 않아도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그 이유는 성격이 정반대인 배우자가 항상 먼저 대화를 시작해 주기 때문이다. 지난 20여년을 그래 왔다면 지금에 와서 새삼 바꿀 이유는 또 무엇인가…물론 어디서 어떻게 바꾸어야 할 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엔 한계가 있다. 그런 생활이 이미 20여년 동안 지속되어 왔다면 이제는 그 중 한 사람이 그러한 정형적인 부부관계 속에서 지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아내는 침묵하는 남편을 너무 쉽게 반복해서 구해준 것은 아니었을까 그것도 20여년 동안이나? 구해 주지 말아야 한다. 그 대신 스스로 깨우치고 나올 수 있도록 격려해 주어야 한다. 마음에도 없는 말로 문제를 봉합하려 하기 보다는 “당신이 준비가 되었을 때 이야기해 주세요!” 라고 부탁하고 기다려야 한다.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내향적인 남편 혹은 부인 안에 일어나는 프로세스를 깨지 말고 스스로 정리하고 나올 수 있도록 안전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말 안하는 아빠, 혹은 엄마”에 대하여 자녀들 앞에서 “애들도 아니고 도대체 저게 뭐야, 몇 날 며칠 말도 않고…”와 같은 비난을 삼가하고 “아빠, 혹은 엄마에게 시간이 좀 필요하시단다.”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그 과정을 가족 모두가 존중해 주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과정 속에서 <내성적인 것이 약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도록 편안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말 필요하다. 만약 그리고 마침내 그것을 깨고 본인 스스로 나온다면 그것은 배우자로서 절대로 놓치지 말고 충분한 고마움과 반응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로 인하여 얼마나 고마워하는 지, 좋아하는 지를 유감없이 보여 줄 필요가 있다. 행복한 반응을 보여 주자. 이것이 약 중의 약이다. 

 

(위의 글은 몇년전 제가 한 교민 신문에 연재하여 실었던 칼럼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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